[차장 칼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해운업 홀대

입력 2024-02-29 17:46   수정 2024-03-01 00:08

2017년 2월, 국내 1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을 끝내 파산시킨 건 한국 기업 구조조정사(史)에 두고두고 남을 ‘미스터리’다. 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금까지도 꼬리를 물고 있다. 당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가 화두였다. 머스크, MSC 등 거대 컨테이너선사들은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적자도 감수하는 ‘치킨 게임’을 감행했다. 프랑스가 CMA와 CGM을 통합해 하나의 회사로 만들고, 일본이 3개 선사를 통합해 ONE을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역시 다수의 국영 해운사를 COSCO로 합쳤다.
머스크는 아마존과 경쟁하는데
글로벌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죽이고, 14위인 현대상선(현 HMM)만 남긴 오판 탓에 한국 해운업은 ‘그레이트 게임’의 군졸로 전락했다. 숫자가 증명한다. 한진해운 파산 전후 1년 만에 한국 해운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1%에서 1.7%로 급감했다. ‘정부 관리 회사’인 HMM의 선복량(작년 말 기준)은 1위인 MSC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해운업이 쪼그라들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K수출 기업이다.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컨테이너선이 부족할 때마다 한국 화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배에 물건을 실어야 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가 막힌 홍해 사태는 최근 사례일 뿐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로 당사국인 대만을 제외하고 한국이 첫손에 꼽히는 것은 한국 물류산업의 냉정한 현실이다. 중량 기준으로 우리 수출입 화물의 90%는 해운에 의존한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이란 존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섬나라’ 신세가 된 한국이 해운업을 등한시하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해운 규제 풀어 자본 끌어들여야
게다가 최근 글로벌 해운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 머스크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운, 자원 개발, 항만터미널 운영 및 내륙 물류, 중장비 제조 등에 이어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의 경쟁자는 MSC가 아니라 아마존이다. 소비자 문 앞으로 배송해주는 라스트 마일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야심이다. 해운업은 미국, 유럽의 탈탄소 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기도 하다.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지 않는 물류는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자본력을 갖추지 않으면 이 같은 경쟁 기류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해운업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선 결국 낡은 규제를 푸는 수밖에 없다. 해운법 24조7항 등에 따르면 대량 화물을 보유한 화주의 지분이 40% 이상인 법인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없다. 예컨대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다른 수출 기업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운 사업을 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벌크선 등을 운용하는 중소 선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법이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와 싸워야 할 컨테이너 국적선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하림그룹의 인수 실패로 재매각 절차를 밟아야 하는 HMM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운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인수 후보가 많아야 정부도 혈세를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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